공진회(共進會) - 제1편 기생

문명이니 개화이니 발달, 진보이니 하는 여러 가지 말이 지금 세상에 행용들 하는 의례건의 말이라. 조선도 여러 해 동안을 문명진보에 열심 주의하여 모든 사물의 발달되어 가는 품이 날마다 다르고 달마다 다르도다. 이번 공진회를 구경한 사람은 누구든지 조선의 문명 진보가 오륙 년 전에 비교하면 대단히 발달되었다고 할 터이라.

그러나 외국의 문명을 수입하여 내지의 문명을 발달케 하는 때는 제일 먼저 들어오는 것은 사치라 하는 풍속이라. 교화의 아름다운 풍속은 별로 들어오는 아니하고 사치하는 풍속은 속히 들어오니, 외국 사람은 상등 사람이라야 파나마 모자를 쓰는 것인데, 조선 사람은 하등 연소한 사람도 그것만 따르고자 하고, 외국 사람은 하이칼라를 즐겨하지 아니하는 경향이 있건마는 조선 사람은 도리어 하이칼라를 부러워하는 모양이라.

이것은 무슨 연고인가 하면, 역시 세상의 풍조를 따라 남보다 신선한 풍채를 내고 싶은 마음이 생기는 까닭이오, 남보다 신선한 풍채를 내고 싶은 까닭은 오입쟁이 풍류랑을 좋아하는 마음이 있는 까닭에서 생기어나는 법이라. 사나이가 고운 의복에 말쑥하게 차리고 버선등이나 맵시를 내고 다니는 것은 점잖은 사회교제에 자기위의를 보전하려는 마음이 아니라, 기생이나 다른 계집들에게 곱게 보이기를 위하는 마음이 있음이오, 여자가 자기 지위에 상당치 아니한 사치를 하는 것도 남의 눈에 예쁘게 보이기를 바라서 그리함인즉, 사치의 풍속은 사회 이면에 말할 수 없는 이상한 관계로 인연하여 생기는 것이라. 그 중에도 기생이라 하는 무리가 있어서 직접 간접으로 사치의 풍속을 조장하는 일대기관이 되었도다.

기생도 여러 종류가 있어서 예전에는 약방 기생이니 상방 기생이니 하더니 지금은 무부기 유부기 삼패 색주가 밀매음 은근자 여러 무리의 계집들이 있어서 화용월태를 한 번 세상에 자랑하면 부랑 남자는 더 말할 것 없고 남의 집 청년 자제들이 놀아나기를 시작하여, 여러 대 내려오던 세전 기업을 일조에 탕패하는 일이 많이 있더라.

경상도 진주라 하면 조선 안에 유명한 도회요, 진주군에는 두 가지 명산이 있으니 파리와 기생이라. 파리의 수효와 기생의 수효를 비교하면 기생 수효가 파리보다 하나 둘 더하다 하는 말이 거짓말 같은 참말이라. 닭이 천이면 봉이 한 마리 있다더니, 기생이 하도 많으니까 그 중에 절대미인 하나가 있던 것이야

진주성 안에 한 기생이 있으니 얼굴이 절묘하고 행동이 얌전하여 사람마다 한 번 보면 두 번 보고 싶고, 두 번 보면 껴안고 싶고, 껴안으면 집어삼키고 싶을 만치 되었는데, 어느 누가 한 번 보기를 원치 아니하는 자가 없으나, 이 기생은 무슨 까닭인지 남자의 소원을 한 번도 들은 일이 없는 고로 진주성 안 청년 남자의 경쟁거리가 되었더라.

이 기생은 성질이 다른 기생들과 다르고 언어, 행동 모든 범절이 일반기생계에 일종 특별한 광채를 빛내게 되었는데, 이름부터 다른 기생들과 같지 아니하도다. 기생의 이름은 행용 많이 사월이니 산홍이니 매월이니 도홍이니 하는 두 자 이름을 짓건마는, 이 기생의 이름은 석 자 이름인고로 또 기생계에 보지 못하던 이름이라. 이름을 향운개라 부르는데 어찌하여 이름을 향운개라 지었느냐고 물은즉, 처음에는 대답지 아니하더니 부득이하여 향내 나는 입을 열어 말을 하는데, 말소리만 들어도 아리따운 꾀꼬리가 버들가지에서 우는 소리같도다.

"이름이야 아무렇게 지으면 상관있습니까. 그러나 저는 실상 그러할 수는 없지요마는, 마음으로는 춘량의 절개와 춘운의 재주와 논개의 충성을 본받기 위하여 춘향이란 향자와 춘운이란 운자와 논개라는 개자를 가지고 향운개라 하였습니다."

이 말을 듣고 생각한즉, 춘향은 남원 기생으로 일부종사하기 위하여 정절을 지키던 춘향전의 주인이오, 춘운은 김춘택씨가 지은 구운몽이라 하는 책에 있는 가춘운인데, 신선도 되었다가 귀신도 되었다가 막판 재주를 부리어 양소유를 농락하던 계집이오, 논재는 진주 기생으로 예전에 어느 나라 장수가 조선을 치러 왔을 때에 촉석루에서 놀음을 놀다가 그 장수를 껴안고 강물에 떨어져서 그 적장과 함께 죽은 충심 있는 계집이라. 그러면 아 기생은 내력을 듣지 아니하면 알 수 없으나, 절개와 재주와 충성을 겸전한 계집인가.

향운개의 집 이웃집에 강씨 부인이 사는데 이십 전 과부로 다만 유복자 아들 하나가 있어 구차한 살림 살이를 근근히 지내는데, 세상을 버리고 싶은 마음이 하루도 열두 번씩 나지마는, 어린 아들을 길러낼 마음으로 그럭저럭 살아오는 터이라. 그 아들의 이름은 유만이니, 향운개보다 나이 두 살이 위가 되는 터이로되, 어려서부터 장난도 같이 하고 음식도 서로 나누어 먹고, 자주 서로 오락가락하며 놀다가, 향운개는 열한 살이오, 유만이는 열세 살 되었을 때에 남녀의 교정을 알지 못하는 두 아이들이 살음 한데 대고 드러누웠다가 아이들 장난으로 남녀 교합하는 흉내를 내었더니, 그 후로는 두 아이의 정의가 더욱 깊으나 다시 놀지 못할 사유가 생겼으니, 강씨 부인이 그 아들 교육하기 위하여 천리원정에 서울로 올라가서 학교에 입학을 하게 하고, 강씨 부인은 방물장사를 하면서 그 학비를 대어주기로 하였는데, 이것도 사소한 까닭이 있어서 강씨 부인으로 하여금 이러한 결심을 하게 함이러라.

그 까닭은 무엇이냐 하면, 향운개의 어미는 추월이라 하는 퇴기로 젊어서 기생 노릇할 때에 여러 사람의 재산도 많이 없애어주고 사나이의 등골도 많이 뽑던 솜씨가 아직도 남아 있어서, 그 딸 향운개의 얼굴이 절묘함을 보고 큰 보물덩어리로 생각하여, 사오 년만 지나면 조선 천지의 재산 있는 집 자제들은 모두 후러들일 작정인데, 향운개는 기생 노릇하기 싫어할 뿐 아니라, 유만이를 특별히 정 있게 굴며 상대하는 모양이 다른 아이들과 다른지라, 추월이가 하루는 향운개를 꾀어가며 말을 물어 유만이와 향운개 사이에 그러한 사정이 있는 줄 알고, 강씨 부인집에를 가서 은근히 포달을 부리며 유만이는 남의 집 아이 사람 못되게 하는 놈이라고 대단 포학을 하는 것이 한 두 번이 아니오, 또 강씨 부인은 가세가 빈한하여 추월의 집 의복 빨래와 침선 등을 맡아 하여주고 살아오던 터인데, 그 후로는 생명을 끓...어진 것

같은지라. 강씨 부인이 살아갈 생각도 하고 유만이 교육시킬 생각도 하다가 추월에게 그러한 불법의 창피한 꼴을 당하고 분김에 살림을 헤치고 유만이를 앞세우고 서울로 올라와서 방물장사도 하며 남의 집 드난도 하여 목숨을 보전하는 동시에, 유만이는 고등학교에 입학하게 하고 돈푼이나 생기는 대로 학비를 대어주되 조금도 게으른 기색이 없더라.

세월이 흐르는 물결같이 달아나는 서슬에 향운개의 연광이 십오 세에 이르고 세상 물정은 문명개화의 풍조를 따라 사치하는 풍속이 날마다 늘어가매, 사람마다 비단옷이 아니면 입지 아니하건마는, 진주성 중에 사는 김부자는 위인이 검소하기로 짝이 없어 수백만 원 재산을 가지고도 비단옷은 단 한 번도 몸에 대어보지 못하였더라.

김부자는 여러 대를 내려오는 부자로되, 자손은 그리 대대로 귀하든지 일가 친척 하나 없고, 자기 집에는 자기와 그 모친과 그 부인과 두 살 먹은 딸 하나뿐이오, 아들이 없이 삼십세나 되었는 고로 그 모친과 그 부인이 항상 첨이라도 치가하여 자손을 보라고 권고하는 터이로되, 김부자는 위인이 재산을 아끼기 위할 뿐만 아니라, 평생에 옷 잘 입고 음식 사치하고 첩 두고 호강하는 것은 남자의 숭상할 것이 아닌 즉, 자손 없는 것은 한탄할 바이로되 첨 두는 것은 패가의 근본이라 하여 친구상종도 별로 많지 아니하거니와 기생이나 남의 계집은 별로 구경하지 못하였더니, 하루는 심심함을 견디지 못하고 촉석루에서 논개의 제사를 지내는데 대단히 야단법석이라는 말을 듣고 구경을 갔더라.

이 위에 말하였거니와, 논개는 예전 기생으로 충심이 갸륵하다 하여 일 년에 한 번씩 촉석루에서 남강물을 향하여 제사를 지내는데, 이 제사는 진주 기생이 모두 모여서 설비도 장하거니와 사람도 많이 모여들어 대단 굉장하도다. 그 중에 향운개는 원래 논개의 충심을 사모하는 터이라, 자기 집 제사는 궐할지언정 어찌 논개의 제사야 참례치 아니하리요. 수백 명 기생이며 수만 명 구경꾼이 모였는데 기생마다 사람마다 제집에 있는 대로 궁사극치하여 의복도 잘들 입었거니와 맵시도 이상야릇하게 잘들 내었도다.

구경하는 모든 사나이들이 이렇게 궁사극치의 고운 모양을 내는 연고는 사람마다 필경코 수백 명 기생에게 어여뻐 보이고자 하는 마음이 있는 까닭이 아닌가. 그 중에도 보잘것없이 무명의복에 아무 모양도 내지 아니한 사람은 김부자라. 김부자는 여러 사람의 호화한 기상과 찬란한 모양을 보고 혼자 마음으로 한탄하여 말하기를,

"세상이 이렇게 사치가 늘어가다가는 나중에는 어찌되려는고, 진주 같은 지방풍속이 이러할 제야 서울 같은 번화한 곳이야 오죽할꼬. 참, 한심한 일이로고."

모든 것을 비관적으로만 생각하고 이리저리 구경할 새, 어여쁘고 고운 기생을 보아도 심상하게 여기더니, 한곳에 이른즉 어떠한 기생 하나가 다른 기생과 마주서서이야기하는 것을 보았도다. 모든 것을 심상히 보고 다니던 김부자가 그 기생을 보더니 우두커니 서서 한참동안을 정신없이 바라볼 때에, 무슨 까닭인지 가슴이 울렁울렁하고 자기 몸뚱이가 그 기생에게로 부부 가까이 가는 듯하도다.

다른 이에게 수상스러이 보일까 두려워하여 고개를 돌이키고 다른 것을 보는 체하여도 눈은 자연히 그 기생에게로 가는지라. 그리할 때에 마침 아는 사람 하나가 앞으로 오거늘, 김부자가 그 사람과 두어 말 수작한 후에 저 편에 있는 기생의 이름을 물어보아 향운개라 하는 당년 십오 세의 유명한 기생인 줄도 알았으며, 가무 음률 서화의 모든 재주가 당시에 제일인 줄도 들었더라. 그날 밤에 자기 집으로 돌아와서 잠을 이루려 한즉 향운개의 형용이 눈앞에 왕래하여 가슴만 뚝딱거리고 잠은 조금도 이룰 수 없는지라, 드러누웠다가 일어앉았다가 일어서서 거닐다가 도로 드러누워 무슨 생각도 하다가 도로 일어앉아서 담배도 피우다가 다 타지 아니한 담배를 재떨이에 탁탁 털고 도로 드러누워 혼자 마음으로,

'내가 이것이 무슨 일인가, 망측하여라. 마음이 튼튼치 못하여 이러하지. 다시는 생각지 아니하리다'

하되 자연히 생각은 도로 향운개에게로 간다.

김부자가 여러 시간을 혼자 공연히 번뇌하다가 나중에는 벌떡 일어나서 의관을 정제하고 대문을 나서서 사고무인 적적한 밤에 이 골목 저 골목 돌아다니다가 향운개의 문을 두드리니, 맞아들이는 사람은 향운개의 어미 추월이라. 추월이는 김부자의 얼굴도 자세히 알고 그 성질도 또한 짐작이나 하는 터인데, 아닌 밤중에 자기 집을 찾아온 것을 이상스럽게 생각하건마는 부자에게 아첨하는 것은 세상 사람의 보통 형편이라.

추월이는 더욱 김부자가 자기 집 대문 안에 발 한 번 들여놓는 것만 하여도 얼마쯤 영광으로 생각하는 터인 고로 우선 반가이 김부자를 맞아들이며 한편으로 담배를 권한다. 주안을 차린다, 들어왔다 나갔다, 얼렁얼렁하며 분주불가한 중에도 김부자가 어찌하여 우리 집에를 이 밤중에 찾아왔을까하는 의심이 가슴속에 풀리지 아니하여 솜씨 좋은 수작을 난만히 벌여 놓으며 한편으로 눈치를 보고 한 편으로 말귀를 살피는데, 김부자가 주저주저한 모양이 저절로 나타나지마는 역시 옹졸한 사나이는 아니라. 이런 말 저런 말로 추월의 말을 따라 한참을 늘어놓다가,

"향운개는 어디 갔느냐. 지금 데려오너라."

한즉 추월이는 굿들은 무당 같아서 속마음으로, '인제 제 - 밀 수가 나나 보다' 하고 지급히 사람을 보내어 촉석루 논개제에서 아직 돌아오지 아니한 향운개를 불러왔더라.

김부자는 향운개를 앞에 앉히고 술잔이나 마시며 행용하는 수작으로 한참동안을 노닐다가 취흥이 도도한 중에 아무리 하여도 그저 갈 수는 없는지라, 향운개를 대하여,

"오늘밤에 좋은 인연을 맺고 내일부터는 기생 영업을 그만두고 나와 백년가약을 맺자."

하였으나 향운개는 당초에 듣지 아니하려 하여 처음에는 좋은 말로 김부자의 소청을 거절하다가, 나중에는 불쾌한 말로 김부자의 얼굴을 붉게 하기까지 이르렀더라.

김부자가 할 수 없이 그날 밤에는 향운개의 집을 사례하고 자기 집으로 돌아와서 사랑방에서 혼자 잠을 자면서 향운개와 놀던 꿈만 꾸었도다. 김부자는 향운개와 인연을 맺지 못한 것만 한탄하고 한편으로 분한 마음을 금할 수 없으나, 향운개를 어여쁘게 생각하는 사랑마귀는 김부자의 가슴속을 떠나지 아니하더라.

그 이튿날 김부자의 집에는 양반 상하 없이 괴상스럽게 생각하는 별안간 생긴 일이 있으니, 다름 아니라 김부자가 수천 원 돈을 들여 시체 비단을 필로 끊어다가 의복을 지으라 재촉이 성화같고 금반지, 보석반지, 금테안경, 금시계, 파나마 모자, 단장, 맵시 있는 마른신까지 꾸역꾸역 사들이는 것이라 평생에 검소하기로 짝이 없고 세상 사람의 사치하는 풍속을 꾸짖고 비평하던 김부자가 이렇게 의복을 장만하고 사치품을 사들이는 것은 아무라도 괴상히 생각할 수밖에 없도다.

김부자가 이렇게 호사를 찬란히 하고 어디를 가느냐 하면 첫 출입이 향운개의 집이라. 김부자가 향운개를 생각하는 품이 이도령이 춘향이를 생각하는 것보다 더하면 더하였지 지금도 덜하지 아니한데, 향운개와 인연을 맺고자 하다가 뜻을 이루지 못한 후로는 혼자 생각하기를,

'내가 얼굴이 남만 못한가, 돈이 없는가. 어찌하여 제가 일개 기생으로 나의 말을 듣지 아니하노, 아마도 내가 의복이 추솔하여 고운 모양이 없으므로 제 눈에 들지 아니하여 그러한가’

하고 아무쪼록 향운개의 눈에 들기 위하여 의복범절을 찬란히 하고 향운개의 집을 자주자주 찾아다니게 되었더라. 말을 하여도 총채 수작을 배워가며, 재담은 듣는 대로 기억하여 두고 말솜씨를 이상야릇하게 지어서 한다. 혼자 다니는 것은 심심도 할 뿐 아니라 자기 혼자 수단으로 능히 향운개의 마음을 돌리기 어려울까 하여 기생좌석에 익달한 친구 두어 사람을 데리고 다니는데, 이 사람들은 모양도 썩 하이칼라요, 수작도 잘하고 노래도 잘하고 음률도 반짐작이나 하는 위인들이니, 기생집이라면 자기 집 안방으로 알고 기생을 마음대로 농락하는 사람들이라.

하루 다니고 이틀 다니고 그럭저럭 수십 일이 넘었으되 향운개 마음은 조금도 김부자에게 따르지 아니하는 고로, 김부자는 할 수 있는 대로 수단을 부리며 돈을 들이며 향운개를 집어삼키려 하고, 함께 다니는 여러 사람들도 김부자를 위하여 향운개의 마음을 돌리려고 제갈량 같은 모든 기기묘묘한 계략을 다 부리는 터이라.

향운개의 집에서는 그 어미 추월이가 향운개를 시시로 때리며 어르며 혹간 달래기도 하여, 향운개로 하여금 김부자의 소청을 들어 김부자의 재산으로 호강을 하려 하니, 향운개는 사면수적이요 고성낙일의 비참한 지경에 빠졌는데, 향운개는 일개 섬섬한 약질이오, 한 사람도 도와줄 사람은 없고 대적은 모두 위의당당한 출출명장이라·····. 이 책을 기록하는 이 사람은 향운개를 위하여 불쌍한 눈물로 뿌리노니, 향운개여, 네가 어찌하여 이 지경을 당하느냐, 네가 장차 어떻게 하려느냐, 향운개여····· 향운개는 지금 겨우 십오 세의 어린 기생이로되 숙성하기는 열칠 팔 세나 되어 보이는 고로 향운개의 어미 추월이는 어서 하루바삐 부자들 많이 상관케 하여 재물을 뺏어 먹을 작정인데, 향운개는 일향 청종치 아니하고 어미 추월이가 꼬이고 달래며 김부자와 상관하라 하면 향운개는 온순한 태도로 공손히 말하되

"내가 불행히 기생의 몸이 되었을지라도 절개는 지킬 수밖에 없으니, 계집사람이 일부종사 못하고 이 사람 저 사람 뭇 사람을 상관하면 짐승이나 다른 것이 무엇 있사오리까. 짐승 중에도 원앙새나 제비 같은 것은 그렇지 아니하니, 사람이 되어 미물만 못하오리까. 나는 어려서 유만이와 상종이 있었으니, 유만이는 나의 남편인즉 유만이를 만나기 전에는 결코 다른 사람과 추한 관계를 맺지 아니하겠사오이다. 또 지금 법률에는 기생이라 하는 것이 재주를 팔아먹으라는 것이지 매음하라는 것이 아니온즉, 여간 재산을 욕심하여 법률을 위범하는 것은 국미의 도리가 아니오이다. 어찌 사람이 법률을 범하고 행실을 부정히 하여 금수만 못하게 된단 말씀이오니까. 기생노릇을 하더라도 정당하게 할 것이지. 뭇 사람들 상관하여 매음을 하는 것은 기생이 아니라 짐승이올시다. 나는 죽어도 어머니 말씀을 청종할 수 없어요."

향운개의 어미 추월이가 이 말을 듣더니 하도 기가 막히고 분하여 열길 스무 길 반자가 뚫어지도록 날뛴다.

"잘났다, 잘났다. 우리 집안에 정절부인 났구나. 이년, 정절이 다 무엇 말라죽은 것이냐. 정절, 정절, 이년, 네 어미는 뭇 서방질을 하여 너를 낳았으니 네 어미도 기생노릇을 아니하고 짐승노릇을 하였다는 말이로구나. 이년, 유만이 하고 상관이 있었다고. 계집아이년이 남부끄럽지도 아니하여 그런 말을 하느냐. 여남은 살 먹은 어린것들이 철모르고 장난친 것이지, 상관이 다 무엇이냐. 이년아, 네 두 살 먹어 같이 잤어도 서방이라고 정절을 지킬 터이냐. 네가 나이 어려서 철을 몰라도 분수가 있지, 유만이 그까짓 가난뱅이 빌어먹는 놈이 네 서방이란 말이냐. 요년, 굶어죽기는 똑 알맞다. 이년, 네가 아무리 하여보아라. 내 솜씨에 내 말 아니 듣고 견디어내나. 요년, 법률은 어디서 그렇게 똑똑히 배웠느냐. 이년, 법률을 그렇게 자세히 아니 변호사가 되겠구나. 이년아, 변호사는 목구멍을 팔아먹고 기생은 그 구멍을 팔아먹는다는 말을 듣지도 못하였느냐."

입으로는 소리를 지르고 손으로는 방망이를 가지고 사정없이 때리며 금방 향운개를 죽일 것 같이 날뛰는데, 향운개는 조금도 원망하는 기색도 없고 두려워하는 기색도 없고, 다만 죽으면 죽었지 그러한 행위는 아니할 터이야, 하는 기색이 자연히 그 얼굴에 나타나더라.

추월이는 날마다 날마다 하루도 열두 번씩 향운개를 들볶는데 향운개는 혼자 생각하기를,

‘내가 아무리 철모르고 어려서 유만이와 그리하였을지라도 그것은 잊히지 아니하니 다른 남편은 세상없어도 얻지 아니하리라'

하고 어미가 야단을 칠수록 향운개의 결심은 더욱 단단하여 지는지라.

김부자의 마음은 더욱 간절하고 어미의 욕심은 더욱 불같아서 향운개를 에워싸고 만반 수단을 다 부리고 일천 가지 꾀를 다 써보아도 향운개의 마음은 항복받지 못하였는지라, 김부자는 추월이와 여러 사람들과 의논을 정하고 이제는 할 수 없이 배성일전에 단병접전으로 돌관할 방침을 작성하였더라.

하루는 어미 추월이가 향운개를 대하여 말하기를,

“너는 그전부터 기생노릇하기를 싫어하기에 오늘부터는 기생 영업을 폐지하게 되었으니 그리 알아라. 경찰서에 기생 영업 폐지신고도 다 하여 놓았고 기생 조합에 이름도 빼었다."

향운개는 벌써 추월의 눈치도 짐작하였으며, 김부자의 음흉한 계략인 줄도 심량하였다.

하루는 낯모르는 사람 수삼 인이 향운개의 집을 찾아와서 술도 먹고 노닥거리더니 그 중에 한 사람이 저희끼리 하늘 말이,

"내가 서울 갔다가 작일에 내려왔는데 서울서 불쌍한 일을 보았거니."

또한 사람은 무슨 일이냐 물은즉,

“유만이라는 진주학생이 학교의 공부도 잘하고 사람도 착실하여 사람마다 칭찬을이 대단하더니, 그 아이가 일전에 괴질 같은 급병으로 죽었는데 유만이의 어미가 울고 돌아다니는 꼴은 참 불쌍하기가 이를 데 없어......"

저희들끼리 서로 주거니 받거니 하는 이야기로되 자연 향운개의 귀에도 들릴 만치 하는 말이라.

그 후 수십 일이 지난 후에 향운개는 김부자의 집으로 들어가게 되었는데, 이것은 향운개의 마음이 아니라 김부자와 향운개의 어미 추월이와 언약을 정하고, 경찰서에 대하여 향운개는 첩으로 들어가는 입가신고를 하여놓고 부지불각에 향운개를 김부자의 집으로 데려갔더라.

향운개는 아무 말 없이 김부자의 집에서 거처하게 되었는데, 향운개는 김부자더러 말하기를,

"나는 유만이를 남편으로 알았더니 유만이가 죽었다 하온즉 석 달만 유만의 복을 입을 터이니 그 동안만 참아 주시면 그 후는 영감의 말씀대로 하오리다."

하였더니, 김부자는 향운개의 소청을 의지하여 아직 몇 달은 향운개와 동침하지 아니하기로 되었는지라.

김부자의 집에서는 노소남녀 없이 향운개를 수직하기를 감옥에서 갇힌 죄인 간수하는 것과 일반이라.

김부자 집의 침모로 있는 김씨라 하는 젊은 부인이 있는데, 당년 이십오 세의 청춘과부라. 얼굴이 어여쁘지는 아니하나 위인은 단정하고 침선범절이 능란한 계집이라, 자연 향운개가 침모더러 수작을 한다.

(향) “침모는 청춘에 과부가 되었으나 개가하지 아니하고 정절을 지키니 참 장한 일이요."

(침) "나는 남편을 얻고 싶었지마는 마음에 맞는 사나이를 아직 만나지 못하였어."

(향) “그러면 이 집 주인영감의 별당마마가 되었으면 어떠하겠소."

침모의 얼굴은 붉어지며 남부끄러워하는 기색이 나타난다.

(침) "그렇지 아니하여도 내가 이 댁에 침모로 들어온 것은 당초에 이 댁 노마나님이 주인영감의 첩을 삼아 자손을 보려고 데려온 것인데, 주인영감이 첩은 당초에 아니 둔다고 떼치는 까닭으로 첨이 되지 못하고 침모가 되었어요."

(향) “그러면 내 말대로만 꼭 하면 주인영감의 별실마마가 될 터이니 그리하여 보겠소."

(침) "어떻게 하라는 말씀이요."

향운개가 침모의 귀에다 입을 대고 무슨 말을 한참 수군수군하더니 침모는 고개를 끄떡끄떡하며 하는 말이,

(침) "그런 일은 잘할 사람이 하나 있으니 염려마시오."

그해는 그럭저럭 다 넘어가고 그 이듬해 이월이 되었는데, 김부자는 하루바삐 향운개의 향기 나는 이불을 함께 덮고 잠을 자고 싶어서 애를 부등부등 쓰건마는, 향운개의 마음을 사기 위하여 향운개의 소청대로 지금까지 참아오던 터이라. 소청한 기한도 얼마 멀지 아니하였는데, 그 달 초파일은 김부자의 부친 제삿날이라. 부잣집 제사라 굉장히 제사를 성설하는데 집안 사람은 모두 제사 차리기에 분주하건마는, 향운개는 수일 전부터 병이 나서 제사 차리는데 조금도 내어다보지 아니하고 별당에 드러누워 한숨만 쉬고 있다.

김부자가 제사를 다 지내고 제물을 철상하려 하는 즈음에, 어떤 사람이 바깥으로부터 안마당에 썩 들어서며 김부자를 청하여, 제물을 철상하기 전에 급히 할 말씀이 있다 하거늘, 김부자가 내려다 본즉 풍신 좋은 백발노인이라. 의복은 이슬받에 쏘다니던 사람같이 휘지르고 손바닥에는 생률 친 밤 한 개와 잣 박은 대추 한 개를 가졌더라.

김부자가 괴상한 늙은이라 생각하고 묻는 말이,

(김) “누구이시며 무슨 일로 오셨소"

그 노인이 김부자더러 잠깐 이리 내려오라 하여 자세히 말을 하는데,

“내가 지금 남강가에서 오늘 제사 잡수시는 댁 부친의 혼령을 만났소. 댁 부친의 혼령이 나를 보고 하는말이…'우리 집이 여러 대를 내려오던 부자인데 아들 대에 와서 부자가 결딴나고 집안에 큰 화란이 장차 이르겠으니, 내가 오늘 제사라도 잘 먹지 못하고 그 양화를 면하게 하여 주고 싶지마는, 유명이 달라 말할 수가 없으니 당신이 내 아들을 가서 보고 말씀하여 주시오. 가서 말을 하더라도 내 아들이 믿지 아니하기 쉬우니 이것을 가지고 가서 증거를 삼이시오.....’ 하고는 이 밤 한 개와 대추 한 개를 내 손에다 얹어주신 것이니, 우선 이 밤, 대추를 가지고 제상에 진설한 제물을 살펴보시오. 부탁하신 말씀과 전후 사정은 추후로 알게 하리다."

김부자가 그 노인이 주는 밤과 대추를 가지고 제상 앞으로 올라가서 밤 접시와 대추 접시를 살펴본즉 과연 중간에 한 개씩 빼어낸 자리가 있고, 밤, 대추가 다른 밤, 대추도 아니오, 정녕히 그 접시에서 빼낸 밤, 대추라, 빼어낸 구멍으로 들여다본즉 밤, 대추 괴느라고 동그랗게 베어서 켜켜이 깔아놓은 백지종이에 무슨 글씨가 있는 듯 하거늘 밤 접시를 내려다가 밤을 쏟고 그 종이를 들고 본즉 글이 있는데 하였으되,

'김가 성을 취하여 아들을 낳으면 대대 영광이 문호를 빛내리라.'

또 대추 접시를 내려다가 대추를 쏟고 종이를 본즉 거기도 글이 있는데 하였으되,

'향운개는 전생에 너와 동복이니 취하면 앙화 있으리라’

김부자는 사물에 자상한 사람이라, 글씨를 자세히 살편본즉 먹으로 쓴 것도 아니오, 붓으로 쓴 것도 아니오, 글자 체격도 이상하여 아무리 보아도 세상 사람의 글씨는 아닌 듯하다. 돌아서서 그 노인을 찾으니 그노인을 벌써 간 곳이 없고 그 노인 섰던 자리에는 자기 부친 생전에 쓰던 벼룻돌이 있는데, 먹을 간 형적이 마르지 아니하였더라.

김부자는 원래 효성이 지극한 사람이라, 부친 생전에 한 번도 그 부친의 명령을 어긴 일이 없다고 자랑하던 터인데, 이번에 이러한 희한한일을 당하여 어찌 믿지 아니하리요. 당장에 별당으로 가서 향운개를 보고 이왕에 잘못한 일을 사과하는 동시에 남매지의를 맺고, 이튿날 즉시 경찰서에 가서 신고서를 빼고 수일 후에 향운개의 권고를 의지하여 침모를 김부의 별실로 정하게 되었으니, 이것은 향운개가 침모 김씨의 영리한 행동과 주인의 별실 되기를 원하는 마음이 있는 것을 인하여 전후사를 꾸미고 자기 몸을 빼어감이더라.

향운개는 호랑이의 아가리를 벗어났으나, 이 다음에 다시 다른 호랑이 아가리에 또 들어갈지는 알지 못하는 근심이 있는 고로, 마음을 결정하고 멀리 일본 동경으로 건나가서 고생도 무수히 하다가 반연을 얻어 적십자사병원의 간호부가 되었더라.

때는 마침 구라파에 큰 전쟁이 일어나며 덕국과 오국 두 나라가 영국, 법국, 아라사에 대하여 선전을 포고하고 싸움을 시작하니, 일본은 영국과 동맹지국이라. 일본도 역시 전쟁에 참여하여 덕국과 싸우게 되었는데, 일본의 막막강병이 청도를 에워싸고 덕국 군사와 죽기를 결단할 때에, 부상한 군사와 병든 군사를 구호하기 위하여 적십자가 병원이 청도공위군 있는 땅에 설시되며, 간호부도 많이 가게 되었는데, 향운개도 역시 자원하여 전지에 향하였도다.

강씨 부인이 그 아들 유만이를 교육하기 위하여 비상한 곤란을 무릅쓰고 천하고 힘드는 일을 모두 하여가며 학비를 대어준 공덕이 적지 아니하여 학교를 우등으로 졸업하였으나, 그 학교 졸업하기 전에 강씨 부인이 병이 들어 수 삭을 꼼짝 못하는 동안에 학비를 댈 수가 없는 고로 학교 교장이 그 사정을 짐작하고, 또 유만의 위인이 똑똑하고 근실함을 가상히 여기던 터에 유만이 졸업기한도 얼마 남지 아니하였으므로 학교에 드는 비용은 자기가 대어주기로 하고, 식사와 의복은 교장의 친구 이등대좌에게 의탁하게 되었는데, 이등대좌가 유만이를 자기 집에 두고 지내 본즉 마음에 대단히 합당하여 학교를 졸업한 뒤에 동경으로 보내어 공부를 시킬 작정이었으나, 유만이가 그 혼자 사는 모친을 멀리 떠나지 못하겠다는 사정을 인연하여 졸업한 뒤에도 아직 자기 집에 두었더니, 유만이가 낮에는 이등대좌의 집에 있어 심부

름도 근실히 하고 집안일도 보살펴주며, 밤이면 야학을 근실히 하여 청국말을 배웠더라.

그 후에 이등대좌는 동경 참모본부로 이적이 되었다가 청도공위군의 사령관이 되었는데, 유만이가 청국말을 능란히 하게 됨을 생각하고 불러들여 통변으로 데리고 함께 전지로 가서, 유만이는 항상 사령부 안에 있어서 청국 사람과 관계되는 일에 대하여는 혼자 통변하는 노무를 가지게 되었더라.

그때 향운개는 적십자사 병원에서 모든 간호부보다 출중하게 간호사무를 보는데, 이왕 사오 년 동안을 동경에서 있었는 고로 언어, 행동이 조금도 내지 여자와 다름이 없고 이름조차 내지인의 성명과 같이 부르게 되었으니, 글자로 쓰면 '향운개자’ 라 쓰고, 다른 사람들이 부르기는 '가구모상’ 혹은 ‘오스께상'이라 부르더라.

수만 명 군대 중에 향운개자의 이름이 사람의 입으로 오르내리니, 첫째는 얼굴이 절묘하여 절대미인이라는 하는 말이오, 둘째는 향운개자가 사무에 능란하고 기운차게 일을 잘하며 부상한 병정을 간호하는 데 제일 친절하다는 말이라. 병든 군사가 한 번만 향운개자의 간호함을 받으면 병이 곧 나은 듯하고 총 맞은 상처에도 향운개자의 손을 대면 아프지 아니한 듯하므로 향운개자의 손으로 여러 천 명 군사를 살려낸 터이라.

청도 함락은 금일 명일 하는데 덕국 군사는 독 안에 든 쥐와 같이 철통 같이 에워싸인 중에도 대포를 놓는다, 총을 놓는다, 비행기를 타고 공중에 올라가서 폭발탄을 던진다 하여 마음 놓을 수는 없는 터이라. 하루는 밤중에 별안간 벽력소리가 나면서 사령부 근처에 폭발탄이 떨어져 여러 사람이 중상하렸다하더니, 상한 사람을 병원으로 메어온다.

메어온 사람 중에 조선 사람 하나가 있으니 성은 최가요 이름은 유만이라. 향운개자는 분주불가하여 정신없이 돌아다니며 치료에 종사하다가 조선사람이라 하는 말을 듣고 더욱 반가워서 정성껏 간호하다가 성명 쓴 종이를 본 즉 최유만이라 하였거늘, 얼굴빛이 파래지며 일신이 떨리고 정신이 아득하여 그 자리에 엎드러졌다.

최유만이 죽었는지 살았는지 기색하여 아직 피어나지 못한 사람이라. 향운개자는 한참 지난 후에 정신을 차려 일어나서 최유만의 얼굴을 들여다본즉 이별한 후 근 십 년이 되었는 고로 진가를 알 수 없으나, 비슷하다 하는 관념은 가슴 속에 품어 있어 극진 정성으로 간호하더라.

공진회 구경 마당에서 외따로 떨어진 나무 그늘 밑에 다수한 사람들이 모여 서서,

"참 반갑구나, 이문둥아, 그 동안 어디 갔던고."

하고 떠드는 사람들은 진주에서 올라온 늙은 기생 젊은 기생들이오, 그 인사를 받는 사람은 향윤개와 강씨 부인과 최유만이라.


인력거군-안국선
《공진회》(共進會)는 안국선의 단편소설집이다. 1915년 출판되었다. <기생>, <인럭거군>, <시골노인 이야기>라는 세 편의 단편 소설이 수록되어 있다. 그러나 작품 말미에 붙인 글에 경무총장의 명령으로 <탐정순사>와 <외국인의 화(話)>라는 두 편의 작품이 삭제되었음을 밝히고 있다. 한국 최초의 근대적 단편소설집이다.
시골노인 이야기-안국선
《공진회》(共進會)는 안국선의 단편소설집이다. 1915년 출판되었다. <기생>, <인럭거군>, <시골노인 이야기>라는 세 편의 단편 소설이 수록되어 있다. 그러나 작품 말미에 붙인 글에 경무총장의 명령으로 <탐정순사>와 <외국인의 화(話)>라는 두 편의 작품이 삭제되었음을 밝히고 있다. 한국 최초의 근대적 단편소설집이다.